안녕, 나의 릴리

그 사건 이후로, 나는 내 인생에 찾아올 사랑에 대한 어떤 설렘과 기대도 깨끗이 비워냈다. 아니, 꼭 연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.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, 언제나 마음을 아끼지 않고 다 주었건만 결국 남는 건 배신감과 상처뿐이었기에. '어쩌면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도 몰라.'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게 훨씬 마음 편했다. 하지만 체념한다고 해서, 마...

영화나 드라마에서 과거 장면들이 섬광처럼 리플레이 되는 것을 '플래시백'이라고 한다. 그 날의 분위기, 우리가 나눴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까지, 나는 지금도 모두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불러낼 수 있다. '00님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!'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내 옆을 지나가는데, 마치 내 시간만 멈춘 것 같았다. 왜인지 모르겠지만, 그 순간 가장 먼...

"네 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년이야. 너처럼 운없는 년 처음 본다." 아이라인을 관자놀이까지 그린 박수무당이 짤랑짤랑 흔들던 방울을 내려놓고 나를 쏘아본다. 마음을 꿰뚫는 듯한 그 눈빛에, 오금이 절로 저리는 것 같다. 그럼 그렇지. 예상은 했지만, 확인사살을 당하니 울고 싶어진다. 아니, 도리어 화가 난다. 27년 살아오면서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...